글
베스킨라빈스 압류 굴욕의 최수진 변호사님 글
베스킨라빈스 압류와 배스킨라빈스 굴욕이라는
검색어가 보이길래 뭔지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베스킨라빈스가 경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결국 소송을 당해 경품을 지급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지급을 거부해 결국 에어콘을
강제 압류 당했다고 합니다.-_-;
그냥 청소년이나 바쁜 직장인이었다면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던 것 처럼..
대기업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을 텐데..
운좋게 최수진 변호사님한테 걸려서 제대로 당했네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도 베스킨라빈스(비알코리아)는
공지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생긴 오해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네요.
예전부터 이렇게 고객을 우습게 알면서 살아와서
배부른 대기업이 됐나 봅니다.
이하 최수진 변호사님 글 입니다.
단편 소설을 읽는 기분이네요.^^
(에필로그) ‘배스킨라빈스의 굴욕’
■ 일명 굴욕 보도 이후
그제(수요일)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달궜던 일명 ‘배스킨라빈스의 굴욕’을 이끌어낸
저를 아주 정의롭다고 봐 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저는 스스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변호사 일이라는 게 유죄가 확실시되는 의뢰인에게도 최대한 죄가 경감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는 직업적 원죄(?)도 있는 관계로 경우에 따라서는 양심에 맞지 않더라도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굳이 제 스스로 이번 일에 대해 저를 평가하면 일관성과 적극성을 보였다고 하겠습니다. 학교 때 배운 대로 행동했다는 것이고, 법원의 판결을 많은 분들이 알 수 있게 좀 노력했다는 정도입니다.
그제
끝까지 정정당당하지 못하고 상대를 감정적으로 상하게 한 이들에 대해 결전의 마음가짐이 다시 솟을 찰나, 부사장님 두 분이 저의 사무실로 찾아 오셨습니다. 수십 년간의 사회생활을 하면서 항상 갑으로 사셨을 것 같은 그분들이 제게 고개 숙여 사과를 했습니다. 50대의 그분들이 저에게 고개 숙일 정도면 한남동(SPC그룹 본사)에서 알게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인간적으로는 저도 미안한 마음도 들고 해서 사과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어제(목요일), 드디어 이 사건의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법원에 가서 경매대금(비알코리아에서 수요일 오후에 압류 물품대금 입금) 찾았습니다. 노란 봉투에 현금이 담겨 있었습니다. 돈을 보니 저도 인간인지라 뭘 할까 욕심이 나더군요. 하지만 어제 아침에 남편이 이 돈 우리가 쓰지 말자고 했습니다. 남편은 이 돈이 우리와 인연이 없고, (물론 본인들의 실수로 흘리는 것이지만) 배스킨라빈스 직원의 눈물로 여행을 가는 점이 내키지 않는다며 좋은 일에 쓰자고 했습니다. 처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피 묻은 돈이라는 생각을 하니 이 돈으로 여행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마침 배스킨라빈스 홈페이지에 보니 ‘사랑의 핑크스푼 캠페인’이라는 국내외 결식아동 지원 캠페인을 하더군요. 일부 상품의 판매 수익금의 1%를 ‘월드비전’이라는 단체에 기부하는 좋은 캠페인이었습니다. 제가 겪은 배스킨라빈스의 행태를 보면 과연 이 캠페인으로 실제 많은 국내외 어린이들이 혜택을 볼까 솔직히 염려도 들더군요. 그러나 배스킨라빈스로부터 배상금을 받은 제가 이 단체에 기부하고, 많은 분들이 배스킨라빈스 기부 캠페인을 알게 된다면 보다 투명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월드비전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어젯밤 손해배상으로 받은 판결금 전액(1,115,016원)을 월드비전의 ‘아이티 지진 긴급구호 기금’으로 기부했습니다. (아래 이미지 참조) 드디어 지난해 7월 24일부터 시작된 약 7개월간의 차가운 얼음 감옥을 녹이고 나왔습니다.
■ 배스킨 직원의 말 한마디가 쓰나미가 되기까지
영화 매트릭스의 포스터 카피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입니다. 제가 배스킨라빈스와의 관계에서 항상 무엇을 상상하든 그들은 제 상상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는 신뢰라는 무형 자산을 고갈시키고 급기야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함께 느꼈으면 합니다.
1) 사용조건 : 성수기와 숙박 일수
l 여행권 협찬사(J항공) 홈페이지에는 연말연시(12/30 ~ 1/4), 설날, 추석, 하계바캉스 기간만 성수기로 표시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크리스마스 기간에 사용하고 싶다고 했고 결국 배스킨라빈스는 이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l 숙박 1박 vs. 2박 : J항공 기타큐슈 비행기는 이틀에 한번씩 운항합니다. 따라서 최소 2박은 해야 같은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출입국 할 수 있습니다. 1박만 주면 1박은 호텔, 1박은 노숙?!
⇒ 결국, 배스킨라빈스는 크리스마스에 항공권 사용은 가능하나 1박 밖에 줄 수 없다고 했고, 이 조건이 싫으면 경품 포기 의사로 간주하겠다고 했습니다.
2) 100만원 때문에 망신 당했다?! 천만에! 11만원 때문입니다!
l 언론 보도에서 손해배상액 100만원 안줘서 망신당했다고 하는데 이는 나중 얘기입니다. 해당 호텔(일본 고쿠라 S호텔) 1박 약 11만원(¥8,900)을 지불할 의사만 밝혔으면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l J항공 협찬으로 100% 행사를 하려 했고, 회사 돈 11만원 안쓰려다 11억원 이상 손해 보게 된 것입니다.
3) 나비효과
l 미국 나비의 날개 짓이 태평양 건너 아시아에 엄청난 큰 태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회사에 엄청난 타격을 입힌 시초가 된 배스킨라빈스 담당자의 날개 짓을 녹취록으로 대신합니다.
l
ü (…전략…)
ü 배라 : 예.
(끊고 잠시후 다시 통화)
ü (전략…) 배라 : 저희 이거 의무사항 아니구요, 원래부터 최초 사항에 다 기재가 되는게 아니라 최초 사항에는 약식으로 적혀 있구요, 나중에 자세한 설명은 드리게 되 있는게 법적인 근거구요. 만약에 거기에 이의제기 하실려면 저희한테 다시 답변을 주세요. 저희는 이번 주까지로 데드라인 걸구요, 고객님, 그러, 그러고도 안 되신다 라고 해도, 그러시지 않는다고 해도 …
ü
ü 배라 : 고객님, 저희가 한 두번 이런 이벤트를 한 게 아닌데요,
ü
(…중략…)
ü 배라 : 고객님, 암튼 이메일 보내 드릴테니까요, 이의제기 하실려면은 저희한테 다시 답변을 주세요. 저희는 답변을 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ü
ü 배라 : ……
ü
ü 배라 : 네.
4) 부도덕성, 무반응, 무성의
l 이들이 보여준 상식을 뛰어넘는(?) 판단과 부도덕성 그리도 무반응과 무성의에 ‘오늘도 참는다’를 연발하며 분을 삭였습니다. 하지만 판결을 받고도 끝까지 약속을 어기는 이들을 도저히 그냥 둘 수 없어서 대한민국 최고법원 ‘여론의 법정’에 세웠습니다.
l 부도덕성 : 저의 항의를 듣고 종료된 홈페이지의 이벤트 내용을 고쳤습니다. 아울러 홈페이지 수정도 저의 항의 메일을 받고 난 후에 수정된 것으로 보이나 저의 (수신 확인된) 항의 메일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l 무반응 : 소장을 받고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만약 그 때라도 제대로 사과했다면 소 취하나 조정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재판 끝나고 언론 보도 전까지도 책임자급은커녕 이번 문제를 야기한 담당자까지 그 어느 누구로부터도 빈말이라도 한마디의 사과를 듣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입금 약속을 연이어 어기고 이에 대한 양해는커녕 연락조차 없었습니다.
l 무성의 : 소장을 받고도 연락 한번 하지 않았음은 물론 재판 중 재판부에서 화해를 해 보라며 준 2주 동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법정에서는 ‘우리에게 왜 내용증명으로 먼저 항의하지 않았느냐’, ‘회사 조직 개편으로 바빠서 연락 못했다’, ‘판결 나면 회사 감사보고서에 좋지 않으니 조정해달라’ 등 해결 의지가 전혀 없다고 받아 들일 수밖에 없는 표현으로 일관했습니다.
■ 마무리하며…
하필이면 변호사한테 걸려서…. 일반인이 그랬다면 혼자 울분을 삭였을 것이라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의 행동이 대리만족을 드린 것 아닌가 봅니다.
처음부터 소송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기업에 다녔던 남편, 가족들의 조언에 따라 주장과 근거를 잘 적어 메일을 보내면 원만하게 해결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해결은커녕 다 끝난 이벤트 페이지를 변경하는 것으로 제 문제제기에 대응을 하더군요. 마케팅팀 O과장이 최종적으로 제 요청 받아들일 수 없다며 회사의 공식 입장을 전달해 왔습니다. 결국 제가 의지할 곳은 법원뿐이었습니다.
변호사라지만 일에 치이면서까지 돈 100만원 때문에 7개월 동안 소송하며 신경 쓴다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여러 차례 상식선에서 해결될 수 있었던 경제적 문제가 도덕적 문제로 비화하면서부터입니다. 여기서 주저앉으면 이 회사는 더 한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아무리 좋게 봐도 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2008년 기준 매출액 3,517억원, 당기순이익 329억원 회사가 보여줘야 할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소송 제기 이후에도 달라진 것 없는 이들의 자세와 첫 재판에서 배스킨라빈스 담당자가 보인 태도를 보고 반드시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으나 저 역시 몇 달간 계속되는 소송에 지쳐갔고, 승소 판결 후 손해배상금을 받으면 그만 끝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끝내 송금 시한을 넘기고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전까지 타협을 주장하던 남편이 저보다 더 화를 내더군요. 홍보 업무를 오래한 남편이 앞장서서 일을 계획하더군요. 결국 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네티즌들의 엄청난 지지를 얻어 그제 저녁 TV 뉴스와 라디오 생방송 인터뷰, 다음날 주요 일간지를 통해 세상곳곳으로 실려 나갔습니다. 드디어 8월 12일 배스킨라빈스 직원의 허튼 날개짓이 대한민국 주요 뉴스가 되어 배스킨라빈스에 쓰나미를 안겨주게 되었습니다.
법언(法言)에 ‘권리 위에 잠든 자는 보호 받지 못한다’는 게 있습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공짜 점심은 없다’와 크게 보면 같은 의미라 하겠지요. 이 말은 권리는 누가 주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 찾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봅니다. 상대가 골리앗일지라도 세상에는 옳고 바름을 존중하는 수많은 다윗이 있기에 골리앗을 이길 수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배스킨라빈스 측에 애정 어린 호소 한마디 더 드립니다. 지금 배스킨라빈스 홈페이지 비난 댓글이 계속 삭제된다는 네티즌 비판이 있습니다. 혹시 당장 보기 싫다고 지우는 우를 범하신 건 아니시죠? 저도 감정이 정리되는 데 7개월 걸렸습니다. 자기 일인 양 느낀 많은 분들이 저를 지지하면서 의견을 남겼습니다. 달랑 하루 이틀 지났다고 이 분들의 분노가 가라 앉을까요? 저와 공감한 많은 분들의 감정이 치유되기 위한 시간 동안 자숙하시는 게 어떨까요? 앞으로 저는 원하든 원치 않든 배스킨라빈스가 하는 일에 눈이 갈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짊어지게 되었습니다. “Everybody is watching BASKINROBBINS!!!”
(끝).
원문보기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bbsId=K161&articleId=15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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