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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남의 방에는 가끔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 온다.

지난 번에 얘기했던 쌀벌레가 그랬듯이.


오라는 손님들은 안 오는데 대체 누가 오는 걸까?


특히 여름이면 많은 손님들이 찾아 온다. 그 중 유별난 단체 손님이 있다.


바로 초파리


귀여운 외모라서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았더니 영주권을 가진 것 마냥 부엌에 단체로 살림을 차렸다.








주방 벽에 뭐 먹을 게 있다고 저렇게 다들 모여있을까?







싱크대는 인기가 없나 보다.








싱크대 코너에는 좀 모여있다.

(싱크대 청소 좀 해둘걸)








여름이라 사과나 포도를 먹고 껍질을 싱크대에 잠깐만 두어도 단체로 몰려온다.


음식물 쓰레기도 유료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하기 때문에

사과 하나 먹을 때마다 봉투 1개 씩 소모하며 

밖에 나가기는 정말 귀찮은 일이다.


아무튼 이런 귀찮은 독거남 때문에 내 주방은 

무비자에 포도 5알만 먹으면 영주권이 생기는 

'초파리 특별 자치 평화의 집'이 되고 말았다.


주변 포도 사과 담당 과일 상인들에게 뇌물을 바친 듯.




물론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초파리 트랩이라고 

초파리 업앲는 방법에 대한 글들이 많다.


하지만 결국 그것도 일이다.

만드는 것도 일이고 

그렇게 잡은 초파리를 처리하는 것도 일이다.


걍 배부르면 알아서 돌아가게 놔두는 게 최고인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초파리는 대체 어디에서 오는 가'이다


방충망에 구멍도 없고 문도 잘 닫고 다니는데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자주 가는 인터넷 모임의 비슷한 처지 자취남들 이야기다. 




어느 네티즌의 초파리 관련 가설들이다.


1. 트로이 초파리설 : 과일 속에 알이 있는데 먹고 나면 부화한다

2. 자연발생설 : 자연의 법칙을 무시하고 스스로 태어난다

3. 시공간 이동설 :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가고 싶은 곳으로 이동한다

4. 슈뢰딩거의 초파리설 : 초파리는 발견할 때까지 50%의 확률로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1번 아니면 2번인 것 같다.




독거남의 대학시절 전공은 생물학이다.

아직까지 생물학적으로 자연서식지에서의 초파리 생태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생이 짧고 말을 잘 들어 생물학계에서 진화학&유전학 실험에 많이 쓰인다.

초파리 눈에 관한 유전학 실험이 교과서에도 나온다.


그런데 종교도 없고 진화론을 믿으며 공부한 생물 전공 독거남도

'자연발생설'이나 '시공간 이동설'을 믿어볼까 고민하게 만드는 녀석들이 바로 초파리다!


길어야 2주 밖에 살지 못하는 초파리들이 대체 어디에 서식하고 있으며 

어떤 방법으로 독거남의 주방으로 찾아 오는지 명확히 알려진 게 없다.










그렇다. 자취를 하면 저절로 '파리 자연발생설'을 믿게 된다.

생물학 아무리 전공해봐야 초파리 앞에서 창조론을 고민하고 

골수 자연발생설 지지자가 된다.


신은 안 믿어도 초파리는 믿게 되버린다.



흠흠. 결론은 분명 방충망을 뚫고 어디선가 들어오긴 하는 것 같은데 

2주 정도 밖에 못 사는 녀석들이 대체 어디서 겨울을 보내는 것일까?

모기와 비슷한 경우일 것이라 추측해본다.


또 신기한 건 그냥 놔두면 알아서 사라진다.

주방 어디에선가 죽는 것이 아니라.


요녀석들 참 궁금하다 궁금해.

생물학도들이여 고양이 목에 방울처럼 초파리 목에 위치추적장치를 달아보자.






자취생들의 신 엄마에게 물어봤다.


독거남 : 엄마, 초파리는 어떵 생기는 거?

엄마 : 모르켜


엄마도 모른다! 교수님은 아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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