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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수 설연휴 끝나고 목금 출근하니 벌써 주말이다.

발렌타이고 뭐고 이게 제일 기분 좋다.


특히 이번 주말은 반찬 걱정이 없어 더 좋다.

설날 음식을 한 가득 챙겨왔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 수치 높아질까봐 끊었던 계란도 얻어왔다.


일년 중 가장 독거남이 즐겁게 밥 먹는 시기이다.

먹을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여도 즐거운 발렌타인데이를 위해 신나는 팝송 하나 틀고

냉장고를 연다.




어설프게 따라부르며 계란과 참기름을 꺼낸다. ♪


가스렌이제 불을 켜고 프라이팬에 툭 까넣는다.




익기를 조용히 기다린다.


근데 머리 속은 절대 조용한 것 같지 않다.

나름 발렌타인데이라고 심란했나 보다.


냉장고에서 참기름도 같이 꺼냈는데 프라이팬에 두르지도 않고 계란만 익히고 있었다.

참기름 없이도 예쁘게 잘 익는 걸 보니 굳이 기름을 두르지 않아도 잘 익는 다는 사실을 하나 배웠다.






어머니가 직접 짠 참기름이다.

대학시절부터 쭈욱 자취해오면서 식용유 한번 돈 주고 산 적이 없었다는 것도 다시 생각해본다.


한숨 한 번 쉬어주고 다시 냉장고에 넣었다.


나름 신나게 밥 먹고 싶었는데 머리 속은 그렇치 않나 본다.

내년 발렌타인데에는 스테이크 한 번 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멍하니 잡고 있던 냉장고 문을 닫는다.


'하쿠나마타타 고민 많이 하지 말자'




고모님 댁에 새배드리러 갔다가 장아찌와 밥에 비벼 먹는 고추장도 얻어왔다.

고모님 같은 장모님이 있다면 진짜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오늘따라 잡생각들의 끝은 결국 저렇게 마무리된다.

어쩔 수 없는 노총각인가 보다.


'하쿠나마타타 오늘은 밥 맘 편히 먹게 해주소서'





이정도면 정말 진수성찬이다.

계란프라이랑 국을 데운 것 말고는 딱히 한 게 없다.


노력대비 만족 최고다.


요리도 가끔하면 참 즐겁지만 매일 하다보면 일이되고 재미 없어진다.

특히 요리에 시간을 투자하기 귀찮아진다.


요즘 푹 빠진 미드 보면서 식사 종료.


그럼 이제 간식타임.



늘 땡기는 초콜릿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초코+초코다.


칸쵸를 초코칩 아이스크림에 찍어 먹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얹어 먹는 것.


그냥 먹는 것보다 맛있다.

이번에도 역시 하나보단 둘이 낫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혼자 속으로 빵 터진다.

오늘따라 다 결론이 이렇게 이어진다.


역시 결혼은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늦게 결혼할 수록 이혼율이 높다는 논문이 떠오르며 또 생각이 많아진다.


이젠 '누구와'가 중요한 게 아니고 

'빨리'가 중요해지는 느낌을 실감한다.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다. 슬프다.

헛되이 보낸 젊은 시절을 반성한다.


최대한 천천히 하라는 말은 이미 결혼한 녀석들이나 하는 말이다.


설날 저녁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유부남 하나가 "결혼은 최대한 늦게하는 게 좋다"라고 했지만

노총각시절 결혼하려고 악 쓰고 다닌 거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걍 웃고 넘겼다.




오늘따라 창문에 습기가 엄청나게 낀다.

습기가 아니고 비가 창문을 뚫고 들어온 느낌이다.


방구석 어딘가에 또 곰팡이 필 거 생각하니 골치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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