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내 옷들에 구멍 뚫은 범인을 잡고 보니!
독거남이 혼자 사는 방에 또 누가 있는 것 같다!
부쩍 추워진 요즘이다. 그래서 여름 옷을 잘 빨아 옷 상자에 담으려고 정리하던 중..뙇!
옷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위치는 정확히 뒷목 근처.
충격에 뒷목 좀 잡고 잘 살펴 보았다.
크기가 작아 보여도 나름 큰 구멍이다.ㅠㅠ
옷에 구멍 난 채 입고 다녔던 것인가..
손가락 하나 통과할 정도의 크기다.
하나만 그런게 아니었다.
다른 옷들도 구멍이 송송. 내 마음에도 구멍이 송송.
나름 큰 크기의 구멍이 뚫려있다.
난닝구도 뚫려있다.
독거남은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하고 고민에 빠진다.
한 참을 고민하다가
모두 같은 부분에 구멍이 뚤린 것에 힌트를 얻어 생각해보니
옷을 벗을 때 문제가 좀 있었던 것 같다!
옷을 벗을 때 바로 이렇게 엄지로 뒷못 부분을 잡고 벗어서 그런 것 같다.
범인은 나였다.
"철컹철컹 체포 완료"
여름 옷들이 대체로 슬림핏이고 땀이라도 나면 벗기 힘들다보니
저렇게 잡고 '팍팍' 벗다가 구멍이 난 것 같다.
결국 바느질을 하기로 결심.
군대 이후로 한 번도 안 해본 바느질이다.
생각해보니 군대 전역하면서 의도치 않게 기념품(?)으로 챙겨오게 된 '군용 바느질 세트'가 있었다.
군용이란 글자마저 희미해질대로 희미해졌다.
세월이 많이 흘렀나보다.ㅠㅠ
"이게 뭐야, 이게 여기 있었네!"
도통 찾을 수 없어 재발급 받았던 은행 보안카드가 여기 숨어 있었다.
대체 누가 내 방에 저걸 훔치러 온다고 저렇게 숨겨놨는지..
아무튼 열어보면 바늘통 하나랑 실들이 들어 있다.
중학교 가정 시간, 군대 이후 내 인생의 3번째 바느질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는데도 어떻게 잘 마무리.
엄마 찬스도 없이 인터넷 검색도 없이
가물가물 가물치는 기억 하나로 깔끔히 마무리.
"하~ 내가 이렇게 바느질을 잘 했었던가"
흰 줄이 약간 삐뚤어졌다. ㅠㅠ
"괜찮아 목숨은 살려냈어"
뜻하지 않게 특기를 발견한 독거남
자신감에 넘쳐 온 집안을 뒤져 바느질 거리를 찾아보았다.
단추 떨어진 바지 발견.
본의 아니게 남대문 개방 사태를 일으켰던 바지.
여사원들한테 미안했었다.
물론 절대 고의가 아니었다. 단추가 떨어진 줄 몰랐던 거다.
구입한지 얼마 되지도 않는 바지인데.
세탁법에 붙어 있던 단추를 발견.
진짜 바느질 대충되어 있다.
"내가 해도 이거보다 잘하겠다!"
색이 비슷한 실을 고르고 바느질 시작.
거침 없이 바느질을 '훅훅' 하던 중 마무리 단계에서 실수.ㅠㅠ
신중하게 들어왔던 구멍으로 다시 바늘을 넣어 위기 모면 후 마무리.
완벽하다!
자신감 또 상승
또 바느질 감을 찾아 집안을 뒤적뒤적
구멍난 양말 발견!
이 정도 양말은 '삭삭' 정말 쉽게쉽게 꿰맸다.
완벽한 마무리.
양말 하나 살렸다.
더욱 자신감에 불타는 독거남
이번엔 이불 꿰매기에 도전!
대책 없이 방치했던 찢어진 이불.
어릴 적부터 쓰던 이불이라 정말 정 많이 든 이불이다.(못 버림)
그래서 헐고 오래되고 찢어져도
안 버리고 계속 보관하고 있었는데 잘 됐다.
"세팅~"
상태가 심각하다.
"메스~ 아니 바늘~"
바느질 시작.
바느질 하다보면 겪는 신기한 현상.
매듭 짓지도 않았는데 멀쩡한 실에 매듭이 생겼다. 헐.
힘 줘서 '빡' 당기면 운 좋으면 풀어지고 운 나쁘면 더 단단하게 매듭이 지어진다.
길이가 길이인지라 엄청 오래 걸렸다.
그래도 바느질 성공. 조금 어색하지만 진짜 만족한다.
이렇게 아끼던 이불 대수술에 성공했다. 바느질이 불가능할 때까지 써야겠다.
위기를 기회로. 뜻하지 않게 생긴 구멍 덕분에 많은 식구들이 심폐소생됐다.
양말 구멍나면 그냥 버리는 독거남들이여 용기를 갖고 바늘을 들어라!
바느질 별거 없다.
결론
옷 벗을 때 구멍 생기지 않게 안전하게 벗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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