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스포일러 최대한 자제했음




나이가 든다는 것이 슬퍼지는 이유 중 하나는 피부처럼 감성도 함께 푸석푸석해진다는 것이다.

스폰지처럼 촉촉히 모든 것을 흡수하고 받아들이던 시기는 지났다.


나이가 들 수록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와 표현에 의문을 제기하고 판단하기 시작하거나 그 메시지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하기도 한다. 똑같은 영화를 본다해도 20대 시절이 가장 그 감성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한다(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 없음). 물론 심도있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성있는 영화들의 경우에.


생물학적 노화보다는 세상 살이에 지친 마음이 큰 문제일 거다.

어린이들의 순수함을 동경하다가도 어느 순간 순수함을 부정하기 시작하게 된다.

자신도 한 때 어린이였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은 것처럼.


이렇게 쓸데없는 말로 시작하는 이유가 다 있다.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이런 내용과 비슷하다.

또, 오랜만에 보는 명작이었고 20대에 봤다면 인생영화가 됐을 것 같은 느낌이 든 영화였기 때문에.


때 묻지 않았던 시절의 순수함을 일깨워 주는 영화였다.

영상부터 시나리오까지 천재적이었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앞을 볼 수 없는 남자

몸과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여자


두 남녀주인공은 서로의 아픔 속에서도 둘만의 가장 순수한 사랑을 만들어냈다.












앞을 볼 수 없는 남자 주인공에게 책을 읽어주는 장면에서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이 등장한다.

안데르센 동화를 읽어본지 30년은 넘은 것 같기 때문에 '눈의 여왕'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하지만 얼음조각이 심장과 눈에 박혀 마법에 걸린다는 내용은 알 것 같다.


이 영화가 그런 동화를 인용하는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선 이 영화는 네덜란드, 벨기에, 불가리아 공동 제작이다.

아동문학의 신 '안데르센' 또한 북유럽 출신이고.

유럽에선 우리나라의 '햇님과 달님' 처럼 누구나 다 아는 동화다.


더불어 몸과 마음을 차갑게 만드는 얼음조각이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였을까? 이 영화에서 소설 어린왕자의 향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가장 순수한 사랑'이란 표현은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타난다.

나 역시 이 두 사람의 사랑이 가장 순수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오히려 완벽히 순수한 사랑이라 말하고 싶다.


상대의 외모와 장점에만 집중하는 요즘 사랑과 달리 이 두 사람은 서로가 가진 단점을 바탕으로 완벽히 정신적으로 결합한다. 허울에 불과한 외모가 아닌 정신적 교감으로 둘은 완벽히 서로에게 빠져든다.


"이게 가능해?"

"정말 외모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정신적으로 완벽한 사랑이 가능한가?"


당연히 드는 의문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아름다운 동화같다.






여성 감독 특유의 감성인지 네덜란드 영화가 다 이런 건지 모르겠지만 영상미나 흐름 또한 동화 같았다.

언어도 영어가 아니라 더 동화 같이 느껴졌다.


이 영화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하면 분명 망할 거라고 확신하게 만드는 특별한 느낌이 있다.


위 스틸샷만봐도 상당히 로맨틱하지 않은가? 아니면 어쩔 수 없고.







남자 주인공은 부잣집 도련님 같다.

하지만 앞을 볼 수 없어서인지 뭔가 미친  같이 나온다.


그런 남자가 어쩌다 여자 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지는 직접 영화를 보고 확인하길 바란다.









또한 여자 주인공에겐 어떤 아픔이 있는지도 직접 영화를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그러던 두 주인공에게 위기가 닥친다.

어떤 위기인지도 영화를 통해 직접 확인하시길.





















누군가 "그래서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이 뭔데" 라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이 없다. 

단지 '서로의 단점을 통해 만들어진 가장 순수한 사랑'이라고 밖에.


몇달 전까지 내 블로그 대문에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피부뿐, 나머지는 마음으로 본다"라고 써놨었다.

내가 직접 만든 오글오글 좌우명이지만 정말 좋은 말 같아서.


이 영화 또한 비슷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눈으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진짜는 마음에 있다' 뭐 이런 메시지.


그럼 또 "그래, 외모 안 따질게 정신적으로 완벽한 사랑은 어떻게 하면 돼?" 라고 묻는다면 더 할 말이 없다.

알았으면 나도 노총각 탈출해서 자식들한테 안데르센 동화 읽어주고 있었겠지.

이건 영원히 풀 수 없는 현대인들의 숙제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서야 알았는데 평점이 다음 네이버 모두 9.2다.

나와 같은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결론

정말 좋은 영화였다

영화는 영화일 뿐

사랑에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결말은 영화를 통해 직접 확인하시길

좋은 영화라서 추천



반응형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