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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남의 그저 그랬던 하루 2 (횡설수설 주의)









벚꽃이 분홍분홍한 얼굴을 내밀기 직전이었던 지지난 주 토요일은 친한 노총각 선배 결혼식이었다.

30대 후반으로 나와 몇살 차이 안 난다. 


작년에 결혼한 노총각 선배보다 나이가 많다.



2016/05/22 - [독거남의 유혹] - 노총각 선배 결혼식 다녀오는 길..그날의 고민들




"오늘 선배 결혼식이야, 2시면 끝나는데 같이 바다 보러 갈래?"


올해는 이런 말을 건낼 수 있는 노처녀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역시 Yes No 대답이 어떻든 상관 없이. 


지난해 봄과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용기 없는 노총각 독거남.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니 꽃피는 황금주말, 방구석에서 블로그에 글이나 쓰지.










선배의 부탁으로 1호차를 운전을 했다.


결혼식 전날 렌트카 업체에 들려 차를 받았다.

흠집난 곳은 없는지 꼼꼼하게 체크. 


근데 웨딩카가 뭐라고 비싸게 렌트해야 하나 싶다.

39만원. 내 석달치 기름값이다.


그렇다고 타던 차를 타기엔 모양새 안 나고 어쩔 수 없는 듯 싶다.

역시 비용 얘기 꺼내면 장난 없는 게 결혼이다.



친구 녀석 하나가 연애는 하고 싶은데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는 소리를 자주 한다.

"연애가 결국 결혼으로 끝나지 않냐" 묻다보면 이야기의 끝은 돈으로 끝난다.


오래 전 친구녀석네 고향집이 경매로 넘어갔다. 부모님도 이혼하셨고.

부모님 도움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모님의 도움 없인 결혼할 수 없는 현실에선 당연한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젊었을 때는 만나던 여자친구 어머니로부터 이별을 강요당하며 모욕을 겪은 적이 있어서 이해가 간다. 가난을 이유로. 역시 현실이 아침드라마보다 잔인하다.


사랑 하나로 결혼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듯하다.


부정선거 없이 대통령 잘 뽑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차는 고급형이라 그런지 네비부터 뭔가 다르다.

모든 게 낯설다. 처음보는 기능이 많다. 운전 잘 할 수 있을까?


마침 JIBS 날씨뉴스 등장. 매우 다행히 제주도는 결혼식날 비가 안 온다고 한다.

크고 낯선 차라 사고나지 않을까 불안한데 비까지 오면 최악이라서.


하루종인 운전하는 건 그렇다쳐도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게 정말 귀찮다.

아침 6시까지 형수님 모셔다 샵에 가야 하기 때문에.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제일 큰 노총각 선배가 결혼한다는데 도와드려야 한다.








형수님 샵에 데려다 드리고 형님과 들렸던 턱시도 샵.

이런 분위기 굉장히 낯설다.

보는 것만으로도 불편한 느낌이다.


특히 샵에서 본 신랑들이 다들 나와 비슷한 나이로 보인다.

나도 아직 늦지 않은 건가 싶기도 하고. 

그냥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다.


시간에 쫓기는 느낌? 예전엔 몰랐었다. 

나이를 먹다보니 어느샌가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아무리 어린왕자와 같은 마음을 가졌더라도 몸이 늙고 아프기 시작하면 마음도 함께 늙고 아프기 시작한다.

어떤 결심도 시간과 노화 앞에 영원할 수 없다.


"난 절대 결혼안 할 거야" 

라고 굳게 결심하지 않았다면 너무 늦지 않기 전에 하는 게 좋다.

괜찮은 사람들이 아직 남아있을 때!


조금이라도 젊을 때 연애하고 결혼하는 게 최고라는 걸 깨닳아간다.

역시 어르신들이 괜히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 거 같다.


결혼할 사람이 있는데 늦게 하는 건 지들이 알아서 하겠지. 흥.

그러니 전국의 애인 없는 노총각 노처녀들 빨리 용기내서 결혼하시길.







결혼식날이라고 남자인데도 화장을 한다.

선배가 화장하는 모습 정말 어색했다.


그래서 내가 실수했다.


"형님 코에 뭐 묻었어요. 떼줄까요?"


그러자 형님이 후다닥 거울을 가서 보시더니 


"이거 점이야..." 라고 하신다.


떼드리겠다고 손톱으로 긁었으면 피볼 뻔했다.

선배도 피 보고 나도 피 보고.


화장한 사실을 완전 잊고 있었고, 화장한 모습도 너무 낯설었기 때문에.

대학시절 처음 봤을 때부터 쭈욱 선배 얼굴에 있던 것인데도.


난 화장 안 하고 싶다. 막상 그 날이 오면 바뀔지 모르겠지만.








형수님 드레스 입고 화장하는 동안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차가 너무 더러웠다.

어제 세차해둘 걸 후회했다.


그래서 결국 물티슈로 세차했다.

물티슈로 세차했다는 이야기 들어봤나? 


좋은 날인데 이 정도는 뭐 그냥.








드디어 결혼식. 근데 예식장 내부에 장식된 꽃이 너무 더러웠다.

전혀 관리를 안 하나보다. 


원래는 호텔을 예약하려고 했는데 예약 가능한 곳이 없어서 여기로 정했다고 한다.

출산율이 이렇게 낮은데도 결혼식장 구하기가 그렇게 힘든가?

맞다. 00년생들부터일 것이다.


돌 잔치도 1년 전에 예약해야 한다는 얘기 듣고 정말 놀랐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슬픈 얘기는 결혼할 여자를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


1년에 한 번 정도 간간히 소개가 들어오긴 하는데 성공하기 참 어렵다.


"대학은 어디 나오셨어요?"

"직급이 뭐에요?"

"회사에서 해외연수 자주 보내줘요?"

"지금 사는 집 뭐에요?"


또는 침묵과 어색함..

'여긴 어디 난 누구?' 숨이 막힌다.

핫초코를 마시는지 사약을 마시는지 모른다.


어떨 땐 대기업 면접 같고 상대가 말이 없으면 내가 유재석이 되어야 한다.

어디서 만날지 정하는 것부터 스트레스다.


자력으로 노처녀를 못 구한 내 자신에 자책하고 자괴한다.

이러며 몸도 마음도 늙어간다.

그래서 젊을 때 열심히 연애하라는 것이죠잉.



선배도 여러번의 선을 보고 가까스로 형수님을 만났다.


"애초에 연락을 받지나 말지, 비싼 밥 먹고나니까 연락 끊더라"

"만났는데 말도 안 하고 웃지도 않고"


뭐 이런 하소연들 끝에 드디어 만났다.


나이들어서 선보고 결혼한다는 것은 어떨까.

아무래도 20대부터 연애하다 결혼하는 것과는 다르겠지.

시간에 떠밀리듯 짧게 만나고 결혼하는 것이니.

서로에대해 알아볼 시간도 부족했을 것이고.


늦게 만난 만큼 잘살려고 노력하는 부부도 있을 것이고.

서로의 단점이나 굽혀지지 않는 고집으로 자주 싸우는 부부도 있을 것이고.

중요한 건 노력이다. 

다른 삶을 살아온 두 남녀가 함께 산다는 건 많은 이해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니.










"얼굴 안 보고 그냥 늦기 전에 결혼한다"


늦은 결혼의 현실을 일깨워준 선배의 한 마디다.

연애 결혼한 내 친구들과는 확실히 다른 반응이다.



노총각 "얼굴은 포기했고 몸매가 좋거나 성격만 좋으면"

노처녀 "외모보단 직업이 좋거나 돈 좀 있었으면"


주변에 있는 노총각 노처녀들 살펴보면 이게 그들의 솔직한 이상형 같다.










애기들이 신부에게 전해줄 꽃이다.


꽃이 참 예쁘다

대충 찍어도 예쁘다

오래 안 봐도 예쁘다

노처녀도 그렇다









결혼식 끝났고 이제 신부 측 잔치집으로 가야 한다.

촌동네라 골목길이 많다. 운전 조심해야 한다.










덕분에 신부상도 같이 받았다.

예전처럼 제대로 상다리 부러지는 제주도식 신부상은 아니지만 진짜 최고였다.

365일 찌개만 먹고 사는 독거남에겐 임금님 수라상이다.









발리로 신혼여행 다녀온 형님이 기념품으로 주신 인도네시아 돈 1000 루피아.

"우와, 고맙습니다"하고 받은 후 몰래 인도네시아 환율 검색해봤더니 한국 돈으로 87원..

자석 하나면 충분하다고 말했는데 이렇게 큰 돈이라니..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



결혼 아니고 결론

늦지 않게 결혼해서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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