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오랜만에 또 노총각 신세 한탄 시작해본다. (오글주의)



(티스토리 이모티콘이 10년 전 그대로다. 카카오랑 합병된지가 언젠데! 카카오 프렌즈 좀 쓰게 해주십시오!! 이런 식으로 운영해서 티스토리 잘도 발전하겠다. 네이버나 브런치로 가야하나.)








오랜만에 펜을 든다..아니지 키보드를 두드린다.


할 일이 많아서 바쁜 건 아니고 뭔가 여유가 없었다.

그냥 마음에 여유가 없어 뭔갈 쉽게 시작하지 못하고 해결되지 않는 여러 고민들로 머리가 복잡해져서 생각은 느려지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려 한다.

쓸쓸한 가을이.












"바다 보러 가자"


더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지만 가만히 있기는 더 싫은 요즘이다.

눈부신 이 여름날 노처녀와 함께 바다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다를 보는 것이 좋다.

계절마다 바다가 주는 느낌은 다르겠지만 고민을 잊게해주는 여름 바다가 제일 좋다.





7월의 어느 주말이었다.

어머니 생신을 맞아 서귀포 집에 내려간 김에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같이 송악산이나 걸으러가자"


캐나다에 장기 거주하다가 치과 치료 때문에 잠시 귀국한 친구놈1과 최근 일 그만두고 부모님 농사 도우며 사는 친구놈2도 함께. 모두 노총각이다. 가깝게 지낸지 20년 넘은 거 같다. 친구1의 귀국을 계기로 오랜만에 다시 뭉쳤다.


오랜만에 가는 거라 사진도 찍을 겸 오래된 DSLR도 가져갔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무거운 DSLR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는 느낌이 궁금했다.

이렇게 더운데 가능한 일인지 말이다.



"많이 변했다"

친구들과 송악산에서 만난 후 첫 이야기의 주제는 '송악산이 너무 많이 변했다'라는 것이다.


먼저 생겼던 카페베네는 망했고 스타벅스엔 사람이 가득했다.

주변엔 많은 식당이 꽤 들어서 있었다.

중국 자본에 넘어간 것에 대해서도 떠들었다.

곧 중국 기업이 호텔을 지을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송악산에 대한 우리의 기억과 멋진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오니까 좋다"





차를 세우고 편의점으로 가던 중 친구놈2가 내 흰머리를 발견했다.


"너도 흰머리.."


그렇다. 최근 흰머리가 급증했다.

송악산이 변했다고 열심히 떠들어댔지만 제일 많이 변한 건 우리였다.


숨길 수 없는 흰머리와 나이들어가는 얼굴.

그리고 함께 늙어버린 마음. 점점 줄어드는 웃음.


예전의 우리는 밝고 걱정 없이 즐거웠지만 지금은 아니다.

웃느라 바빴던 예전과 달리 이젠 웃음도 많이 줄었다.








"독거남, 너 여자친구 당연히 있는 줄 알았는데??"


역시 제일 먼저 묻는 안부는 여자 이야기다.


"없는데?ㅎㅎ"


어디서 들은 얘기인가 싶다.

민망하게 웃고 되묻는다.


"너는 있어?"


친구도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도리도리.

그리곤 잠시 말이 없었다.







"티구안 나오면 사야지"

친구가 주차장에 세워진 외제차를 보더니 갑자기 외제차를 사겠다고 한다.


"폭스바겐? 모닝은 어떵허고?"

구입한지 6년 정도 지난 모닝에 문제가 생겼나 싶어 물었다.


"모닝 말고 큰 차 타고 싶다"

라며 꺼낸 이야기의 핵심은 모닝 탄다고 좋아했던 여자에게 무시당했던 아픈 이야기였다.

여자친구였는지 썸타던 여자였는지는 물어보지 못했다.


"그런 여자랑 잘 안 된 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잊어버려"

어떤 말로도 이 녀석의 아픈 기억을 바꿀 순 없을 것 같았다.



'모닝? 남자친구 몇살인데 모닝 타?

'사고나면 그냥 죽는 거 아냐?'

'그래도 나이도 있는데'


그 여자보다 주변 친구들이 이와 같은 말들로 친구를 힘들게했다고 한다.


많은 것을 가지지 못한, 번듯하지 못한 직업을 가진 남자를 만나는 여자라면 자주 듣게되는 말이다.

이야기는 모닝으로 시작되었으나 실제론 차 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여자 쪽 지인들에게 알리기 부끄럽지 않은 직업'을 갖고 있지 않음과 '경차 타는 남자'에 대해 상처를 많이 받은 거 같았다. 좋아했던 여자와 이별하게 되는 과정에서.


번듯한 직업은 아니어도 돈은 부족하지 않은 친구인데, 불필요하게 큰 차를 살 수도..재산내역을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도 과거에 '공무원 시험 합격하고 와야 계속 만나주겠다'라는 여자에게 상처 받은 적이 있기에 함께 아팠다.

(그럴거면 애초에 소개를 받지도, 만나겠다고 하지도 말았어야지..이 얘긴 나중에 특집으로.)










이 날은 파도가 센 날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밝게 빛나던 낚시배들이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다음 주제는 아무 걱정없던 대학시절 한치낚시했던 이야기다.


"너 그때 한치 잡은 거 기억나?"

라고 묻는데 솔직히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랬나? 따치 낚시한 건 기억난다ㅎㅎ"

희미해져가는 기억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냥 다 희미해져간다.

오늘의 송악산도 수년 후엔 작고 희미한 기억으로 남겠지싶다.









산이물?


이런 돌맹이가 예전에도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스타벅스에 흥미 없는 노총각들은 얼음잔에 타 먹는 편의점 음료수를 선호한다.


근데 얼마 안 하는 음료수 값 서로 내겠다고 난리다.

많은 돈을 벌진 못해도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아직 여유롭다.










한치낚시 가끔 했던 방파제다.

많은 것이 예전 그대로인 듯하다.

근데 새로운 게 하나 보였다.










바로 이 해녀상.

만든지 얼마 안 되는 기념물 같다.


"해녀 노처녀랑 결혼하고 싶다"

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럼 해삼 실컷 먹겠지?"
그렇다 나는 해산물 특히 해삼을 정말 좋아한다.


농담이지만 그냥 나온 농담은 아니다.


여자 이야기가 나오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다 필요 없고 성격만 맞으면 되지"

"맞아, 얼굴 필요 없고 성격만 잘 맞으면 돼"


여자는 이런들 어떡고 저런들 어떡고 같이 있을 때 마음이 편하면 그게 최고다.

얼굴이나 직업, 돈? 우린 아무것도 따지지 않는데 연애가 쉽지 않다.


장기간 연애를 하지 않는 나에게 몇몇 주변 사람이 눈이 너무 높은 거 아니냐고 얘기한다.


"아니야, 아니에요ㅎㅎ"

라고 답해도 믿질 않는다.


'얼굴 따졌으면 이미 만나고 있겠죠, 주변에 예쁜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냥 뭔가 시작이 어려운 거 같아요'

라고 답하고 싶었으나 얘기가 길어질까 그냥 다시 삼켜버린다.


아마 얼굴 따지는 애들은 얼굴만 보고도 모든 결정이 완료되는 것 같다.

마음이 잘 맞는 그런 연애가 꿈인 나에겐 너무 어려운 이야기다.

이별 같은 거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시작이 어렵다.


오히려 여자가 예쁘면 부담되고 나중에 차일까봐 피하게 된다.

이별 없는 연애를 꿈꿨던 거 같다. 


'유치하다. 도전 없이 성공도 없는데'


누가 들으면 이별 참 많이 했겠다 싶을 거 같은데 횟수를 세어보면..한 손으로 세어도 반이나 남는다.







"어? 올레길 표시 생겼네"

몇년 만에 온건지 기억도 안 난다.


그러자 친구놈2가 사진 잘 찍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한다.


"배경을 이렇게 두고 접사로 찍어봐"


친구놈2도 그렇게 사진 잘 찍는 애는 아닌 거 같다.








"추억의 대장금 간판 아직도 있네 ㅋㅋ"


대장금 끝난지가 언젠데 아직도 있었다.

많은 씬을 찍은 것도 아니고 딱 한 장면 찍은 건데.


예전엔 그냥 신기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너무 오버 같다.

세계 어디를 돌아다녀도 드라마에 한 장면 나왔다고 큼직하게 자랑하는 관광지는 없었다.


제주관광은 자존감이 너무 부족한 거 같다.

'제주도 세계 7대 자연경관' 사기 논란만 봐도 그렇다.

꼭 그런 거에 뽑혀야 좋은 관광지가 되는 건가?









날이 너무 더워 딱 여기까지만 걷기로 했다.

그리고 한 여름에 무거운 DSLR 카메라는 최악이라는 결론이 났다.


사진 몇장 찍고 다시 수다타임!


"친구2, 너는 최근에 소개팅 안 해봔?"

"하긴 했는데.."

최근에 소개팅 좀 했는지 물었더니 말 끝이 흐려진다.


"무사? 잘 안 됀?"

궁금해서 계속 물어봤다.


"뭔가 잘 안 되겠더라고"

라면서 말을 잘 꺼내려하질 않았다.


어떻게 간접적으로 물어물어 알게된 사실은 친구2는 상대가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다.

근데 중요한 건 상대 여자분이 자기보다 조건이 좋아 포기했다는 점.

자세한 건 모르겠다.


부족한 자신감이 발목을 잡는 것 같다.


'일단 계속 만나 봐'라고 말하려 했으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남자가 여자 앞에서 자신감 떨어지면 그냥 끝인 걸 알기에.


그래서 몇몇 남자들이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으로 그렇게 허세부리며 사는 것 같다.

게다가 이런 남자들이 여자도 잘 만나고 오래 산다.








친구2는 제주시에서 직장생활하다가 최근 고향집으로 내려와 부모님 농사를 대신하다시피 하고 있다.

무직이라면 무직이겠지만 물질적으로 부족한 건 없다고 그를 변호해본다. 


레드향 한라봉 농사가 수입은 꽤 된다.

제주시에서 최저임금 받으며 직장생활한 것 보단 금전적으로 훨 낫다.


하지만 '직업 : 농업'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좀 그런 건 있다.

농사한다는 남자 소개 받을 여자가 몇명이나 있을까 싶다.


그래서 이 녀석의 자신감이 요즘 바닥인 것 같다.

이별의 상처들 때문에 더.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또 다른 아름다움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엔 내 이야기.

나 또한 자신감 부족이 큰 원인이다.

30대 초반에 소개팅이란 것을 처음 해봤는데 그 때도 자신감이 없었던 것 같다.


기억을 떠올려 보면 상대 여성분은 1살 연상의 상당한 미모를 가진 분이셨다.

그리고 나에 대한 질문보다는 직장에 대한 질문을 자주 하셨던 것 같다.


기억에 나는 질문은 "해외연수는 얼마나 가요?"


이건 회사가 해외연수를 보내준다는 가정하에 묻는 질문인지 궁금했다.

그냥 허접한 회사 다닌다고 솔직하게 말했어야 했다. 필요하면 그냥 월급을 공개해버리거나.

근데 그냥 상황을 회피하고 싶어졌던 거 같다.

결국 포기.




그후 이와 유사한 상황을 몇 번 더 겪었다.


'부담을 느끼고 회피하고'


그리고 이제서야 내가 얼마나 바보였는지 자괴감에 우울해진다.

노총각에게 여자가 없는 이유는 분명히있다.









친구1은 그냥 헬조선에 흥미가 없다.

대학 졸업하고 최저임금 받으며 직장생활 오래했었다.

근데 사장이 월급을 제대로 주질 않았다. 


야근은 기본에 휴일까지 출근시켜놓고 월급을 제 날짜에 주질 않았다.

그러다 몇 달째 월급이 나오지 않아 결국 퇴사했다.

그리곤 스트레스 넘치는 임금체불과의 전쟁 시작.


밀린 임금을 제대로 받기엔 법도 행정도 엉성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절대 월급 떼일 일 없는 사람이 임금체불 담당이라서 그런가?

임금체불 당해본 사람이 노동청이나 국회의원으로 일하면 좋을 것 같다.


이게 친구2가 캐나다로 떠나버린 가장 큰 계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러니 다들 공무원에만 집착하는 헬조선이 만들어진 것 같다.









사진에 보이는 모닝이 바로 친구2의 자동차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모닝이란 차엔 문제가 없다.


마지막으로 경차 타는 사람을 무시하는 한국 문화에서 경차와 자전거를 선호하는 일본 문화까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우리 일본이나 가자"

기분 전환할 겸 일본이나 가자고 말을 꺼냈다.

최근 티웨이에 제주 직항 오사카 도쿄 노선이 생겼기에.


한국공항(한진항공이자 대한항공)에 지하수 취수량 130톤으로 늘려줄 게 아니라 그냥 0톤으로 없애고 티웨이처럼 제주직항 해외노선 운영하는 항공사에 지하수 줬음 좋겠다.


"진짜? 가자"

그렇게 우리는 광복절 붙여서 3박4일 오사카에 갔다 오기로 결정했다.








엔딩송 (노리플라이 - 집을 향하던 길에)




신나는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컴백.

그리고 다시 제주시로 가려는데 어머니가 오랜만에 내려왔다고 반찬이랑 과일까지 챙겨 주신다.


"이거 냄비에 물만 넣고 끊이면된다"

"요즘 아픈 덴 없지? 이거 약초로 끓은 물이여 가져강 먹으라"


누구 생일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잔소리도 여전하시다. 이게 다 노총각들의 적 '슈퍼맨이 돌아왔다' 때문이다.


"넌 언제 결혼해서 대박이 같은 아기 낳을래"

"만나는 여자는 없니"

"마음에 드는 여자 있으면 무조건 좋다고 해라"

"여자가 싫다고 해도 계속 좋다고 해야 한다"

"좋아한다고 자주 말해줘라" 

"거짓말도 조금은 해야한다"

"엄마도 여자라서 다 안다"


생일이라 드린 용돈도 좋아하는 여자 있으면 맛있는 거 사주라고 돌려주셨다.


'에휴'


예전엔 결혼하라는 이야기만 나오면 답답하고 짜증만 났었다.

근데 언제부턴가 조용히 한 숨만 나온다. 

짜증내도 나만 손해도 짜증 안 나도 달라지는 건 없기 때문에.


요즘 드는 생각은 이런 사랑이 부모자식 사이가 아니고서야 가능할까 싶다.

누간가를 위한 무조건적인 사랑말이다.


근데 아니다 충분히 가능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족이 되면 된다.

외로운 노총각 노처녀들이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 가족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2편 커밍쑨~

(공감 누르면 곧 좋은 사람이 나타날 겁니다)


반응형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