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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상동열매를 찾아서



지금은 제주시와 서귀포시 뿐이지만 과거엔 행정구역 단위의 하나인 '군'도 있었다.

남제주군, 북제주군 이렇게 말이다. 


그렇게 00군 00리에 살던 어린시절. 

곶자왈에서 상동열매 따다 먹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삼동열매라고도 불린다.

산동열매라고도 불린다.



우선 곶자왈이란?






귤밭 너머로 보이는 곶자왈의 모습

나무들이 상당히 키가 커 보인다.

하지만 나무의 키가 큰 게 아니고, 지대가 높은 것이다.





귤밭 옆으로 바로 곶자왈이 시작된다.









지대가 높다는 것은 바로 이렇게 거대한 돌언덕이 광대하게 펼쳐져있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 돌언덕 위에 수 많은 식생이 단단한 돌틈에 뿌리를 내려 살아가고 있다.


신기한 점은 바로 흙이 아닌 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

흙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냥 땅 보다야 많겠는가.


덕분에 지상과 다른 특이한 식생이 형성되고 있다.


이게 바로 곶자왈이다.



 또한 지역마다 형태와 식생이 다르다. 


곶자왈은 제주도 여러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선흘, 한경, 안덕면 등등


특정 지역은 지대가 낮고 양치류가 많다거나

특정 지역은 지대가 높고 양치류가 거의 없고 관목이 많다거나.


내가 다녀온 곳은 안덕면 곶자왈이다.



곶자왈이란


곶자왈(Jeju Gotjawal)은 숲을 뜻하는 제주 사투리 ‘곶’과 돌(자갈)을 뜻하는 ‘자왈’을 합쳐 만든 글로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로 쪼개져 요철(凹凸)지형이 만들어지면서 나무, 덩굴식물 등이 뒤섞여 숲을 이룬 곳을 이르는 제주 고유어.



제주도민이면 알고 있어야 하는 상식








추억의 상동열매를 따기 위해 안덕면의 어느 곶자왈을 찾았다.











곶자왈이 시작되는 곳.

산책할 수 있게 길을 다듬고 시설물을 설치한 곳과는 달리 리얼 곶자왈 입구다.


최근 곶자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광객들을 위한 시설이다 산책로다 어떻다 마구 다듬어 놓고 있지만 어찌됐든 다 곶자왈 훼손이다.


아무튼 이런 리얼 곶자왈은 아무나 들어가기 힘들다.


하지만 난 렛츠고!







들어가자마자 나를 반겨주는 가시나무.

탱자나무일까나?










가시가 어마어마하다.

야생의 느낌이 전해진다.











요런 열매도 봤다. 

무슨 나무 무슨 열매인지 너무 신기신기.


아무래도 귤의 부모님 격인 탱자나무 열매 같다.


접붙이기용 어린 탱나자무만 봐서 어른 탱자나무는 어떻게 생겼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 가시나무들이 많았다.


다른 곶자왈은 양치식물들이 꽤 많던데 여긴 고사리 하나 안 보인다.







이것은 바로 소똥.

소들이 여기에 있다는 증거.


과거엔 소를 정말 많이 키웠었지만 이젠 거의 안 키운다.

어린시절 할아버지 집에 가면 쇠막에 소가 있었고, 가끔 곶자왈 풀어둔 소를 돌보러 따라 가기도 했었다.

(이렇게 말하니까 완전 시골 사람 같다) 










산딸기? 보리탈? 뱀딸기? 야생 복분자?

어렸을 땐 아무 생각없이 보리탈만 보면 죄다 따 먹었지만 이젠 쉽게 손이 안 간다.

그냥 구경만 하고 패스~











모양이 뱀딸기 같다. 

새들의 좋은 먹이다.










아직은 입구 주변이라 식생이 많지 않다.

울퉁불퉁 돌길이다.













곶자왈 길을 찍은 사진.

이게 곶자왈 바닥 모습.

울퉁불통 위험하다.










꽃이 핀 가시덤불.













가시덤불이지만 꽃이 예쁘다.

자세히 보니 더 예쁘다.

노처녀도 그렇다.

제주도에 사는 수 많은 노총각 노처녀들도 꽃을 피웠음 좋겠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상당나무를 찾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멀리 가지 않고도 제대로 찾았다.

지난해는 열매가 익지 전에 갔는지 몰라도 못 찾았었다.

하지만 올해는 발견!










이게 상동나무고 봄이되면 진한 남색의 열매를 맺는다.

쉽게 설명하면 제주 토종 블루베리다.


맛도 블루베리와 비슷하다.


블루베리는 처음 먹었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

상동열매랑 맛이 굉장히 비슷했기 때문에.


"뭐야, 이거 상동열매맛인데?"


진짜 이랬다.




상동열매를 찾아나선 이유도 바로 블루베리 때문이다.

블루베리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어린시절 상동열매 따 먹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





2016/07/09 - [독거남의 유혹] - 블루베리 키우기 후기와 맛있게 먹는법







개량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야생 토종 자연 그대로의 상태라서 그런지 열매가 많지 않다.

삼촌한테 상동나무 키우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접 붙이기가 되지 않아 재배가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야생에서가 아니면 만날 수 없다.


볼 수 있는 지역도 우니나라에선 전라도 일부 말고는 제주도 밖에 없다고 한다.









열매를 터뜨려보면 이렇게 보라색 과즙이 나온다.

몇개 먹으면 입이 죠스바를 먹은 것처럼 된다.


하지만 죠스바는 화학물질, 이건 천연과실.


술도 담궈 먹을 수 있다.

삼동주 또는 상동주라고 하는데 과거엔 꽤 인기 많은 술이었다.










선 열매 익은 열매








진짜 조금 열렸다.











다 익은 열매들 하나하나 따기 시작.













중간정도 익었을 때의 색이 예쁘고 먹음직 스럽다.









곶자왈에 사는 많은 새들의 특식이 된다.

그렇게 새가 열매를 먹고 응가를 하면 거기서 또 싹이 자라고 새로운 나무가 자란다.

하지만 오늘은 미안, 조금만 따 갈게.







사진으로 보면 모르니 동영상으로.

새들이 엄청나게 많이 날아다닌다.


그리고 풀과 나무들이 사방으로 가득하다.









암튼, 블루베리처럼 집에서도 키우고 싶어 하나 캐보려 했으나 

이렇게 돌들 사이에 단단히 뿌리를 내려 절대 뿌리채 캘 수가 없다.


이래서 삼촌이 집에서 키우기 어렵다고 한 듯 싶다.










하나 캐볼까 하다가 포기.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저 멀리 누런 생명체가 보인다.










소다!

소가 나타났다. 한우가 나타났다.


소들은 착하고 순해서 먼저 공격하진 않지만 혹시나 뒷발에 차이면 꽤나 아프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소들이 나를 보고 신기해 하는 느낌이다.


'너 진짜 할 일 없는 놈이구나' 이런 눈빛이었다.









입구 쪽에 소가족이 맛있게 식사 중이었다.


아빠 소, 엄마 소, 딸 소, 아들 소.


나도 아빠 소처럼 가족을 만들 수 있을까?





내년엔 노처녀 친구랑 같이 올 수 있을까?







근데 여수시 산림조합에서 곶자왈을 엄청나게 훼손해 놓았다.

재선충 걸린 나무 제거한다고 여수 사람들한테까지 도움 요청한 듯?

굴삭기 동원한 작업 때문에 수 많은 나무들이 뽑혔고 길이 뚫려버렸다.


흰머리 뽑는답시고 대머리 만들어 놓은 격.

(아주 적절한 비유, 물론 고사목 제거 반드시 필요, 근데 무식하게는 하지 말았어야)




원인은 소나무의 에이즈라 불리는 재선충!

무능한 제주도정이 재선충 피해를 키웠고 고사목 처리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나무와 곶자왈이 파괴됐다.


기업이야 대충 운영하다 망해도 공공에는 별 피해 없는데 

공무원들이 한 번 삽질해버리면 제주도에 큰 피해가 발생한다.









아무튼 수확량은 겨우 이만큼..










맛은 어린시절 그대로!

정말 맛있다!


하지만 블루베리가 더 맛있다. 

괜히 먹어보겠다고 곶자왈가서 생고생하지 마시길.









그리고!

상동열매 씨를 한 번 빈 화분에 심어보았다!










과연 여기서 새 싹이 돋고 상동나무가 자랄까?

그리고 열매를 맺을까?


추천 많이해주면 나중에 후기 올리겠습니다.




결론

제주도 공무원들 일 똑바로 해야 한다.

특히 재선충.

곶자왈을 보호하자.

상동나무 열매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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