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건축학개론 제주도집 '서연의 집'
드디어 서연의 집 카페를 다녀왔다.
정말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최근 몇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국 영화가 바로 '건축학개론'이다.
내가 이런 류의 로맨스를 좋아하는 것 같다.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아련한 그리움에 생각이 깊어지는..뭐 그런.
짝사랑 전문 노총각 다운 영화 취향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리모델링하기 전 모습.
일반적인 제주도 집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넓은 창.
여긴 2층 같은데 지금은 많이 바뀐 것 같다.
여친 생기면 꼭 같이 가서 저렇게 누워보고 싶었는데..
하~지↑만~~♪ 없↘~~죠↗오↗~~~~♪
그렇게 기다린 게 몇년인지 모르겠다.
2012년 3월 개봉연화인데.ㅋㅋ
여러분 남친 여친 생기면 가야지 그러다가 평생 못 가요~
그냥 가세요~
영화 속에서 리모델링 끝난 모습.
짜잔~ 2016년 9월의 서연의 집.
엄청 많이 바뀌었다.
서연의집에서 바라보는 위미 바다.
전깃줄이 아쉽다.
저 멀리 보이는 섬은 지귀도다.
이런 넓은 창문을 열고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집에 살고 싶다.
월급이 많지 않아도 행복할 듯.
2층 가는 길에 이런 게 있었다.
영화 속 장면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S#56 과거. 술집. 낮
서연이 막걸리를 한 사발 벌컥 비운다. 승민도 한 모금 홀짝홀짝.
서연 : 우리 10년 뒤에 뭐하고 있을까?
승민 : 난 건축하고 넌 피아노 치고 있겠지.
서연 : 아니. 난... 피아노 안 칠 꺼야.
승민 : 왜?
서연 : 우리 과에서 내 별명이 뭔지 알아? 제주도 학원 출신이야.
승민 : 그게... 뭐야?
서연 : 서울 애들한텐 나처럼 피아노 학원 다니면서 음대 들어온 거 자체가 열라 쪽팔린 거야. 우리 아빠한테만 자랑이지.
승민 : 그럼... 뭐 할 건데?
서연 : 아나운서! 그래서 라디오 디제이도 하고, 돈도 많이 벌고... 유명해질 꺼야
승민 : 아나운서가 돈 많이 벌어?
서연 : 아닌가? 적어도 돈 많은 남자랑 결혼해 (웃는) 그래서 나중에 이런 데다 집 짓고 살거야.
그때 니가 지어줘. 공짜로. 알았지?
승민 : 공짜로?
서연 : (눈 흘기는) 아... 쪼잔한 자식.
서연의 가방에서 뒤적뒤적. 전람회 씨디를 꺼내더니...
서연 : 자. 이거. 계약금. 됐어?
그러더니 서연이 계산서 뒷면에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린다.
서연 : 난 어떤집에서 살 꺼냐면.. 2층을 올리는거야. 2층집. 창도 많고 마당도 있고,
여기가 거실이랑 안방. (슥슥) 애들방은... 애는 둘 정도 낳을 꺼니까. (슥슥)
2층에 올라왔다.
잔디보호 중이라서 엄태웅 한가인 처럼 잔디 위에 누울 수가 없다.
2층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정말 예뻤다.
독거남 : 10년 뒤 이런 집에 살고 싶어.
서연 : 아니. 난... 아파트에 살 꺼야.
독거남 : 왜?
서연 : 우리 회사에서 내 별명이 뭔지 알아? 제주바당 출신이야.
독거남 : 그게... 뭐야?
서연 : 회사 애들한텐 나처럼 바당에서 살다온 거 자체가 열라 쪽팔린 거야.
독거남 : 그럼... 안 살 거야?
서연 : 응, 오빠 혼자 살아. 헤어져.
독거남 : 아파트가 그렇게 좋아?
서연 : 응. 오빠 보다 좋아. 헤어져.
바다가 보이는 시골에 살자고 하기 좀 무섭긴 하다. 아이고..ㄷㄷ
2층에서 바다 바라보고 있으니까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커피 맛은 중요하지 않다.
물만 마셔도 좋은 풍경이 눈 앞에 있기 때문에.
최근 주말에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 같다.
그렇게 오고 싶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근데... 나 여기서 포기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건축학개론>으로부터
노트도 샀다. 4천원이다.
안 살 수가 없다.
이룬 것도 없으면서 포기할 게 너무 많아져버린 노총각의 마음을 사로잡은 말이었다.
잡힐 것 같은 느낌조차 소중하게 되버린 나이가 되서야 깨닳았다.
포기하지 말았어야 했고 포기해선 안 되는 거였다.
늘 그렇듯 지나고 나서야 다 끝나고 나서야 알게된다.
가볍게 여겼던 과거의 선택들이 미래엔 얼마나 나를 무겁게 누르는지..
서연의 집에 그렇게 오고 싶어했던 이유 또한 평생후회할만한 뭔가가 내 마음 속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노트에 무엇을 적을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결론
다음엔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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