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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자에게 가방 선물해주기
제주도 노총각의 베트남 여자와 데이트 7
"가방 선물해주고 할로윈 행사 즐기기"
점심 때부터 만나니까 시간이 생각보다 많다
무엇을 할지 어디를 갈지 고민이 많아진다
나에겐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 도시라서
그녀에게 어디갈지 물어보면 딱히 답이 안 나온다
현지인으로써 나를 이끌어주려는 눈치는 아니다
그냥 알아서 잘 데려가 주길 바라는 눈치인 거 같다
그렇다면 나를 친구가 아닌 진짜 남자로 보는 건가?
흐음..어렵다
뭐 하고 싶은지
뭐 먹고 싶은지
어디 가고 싶은지
물어보면 딱히 대답으로 나오는 게 없다
그래서 그냥 제일 만만한 빈컴센터에 점심 먹으러 왔다
말로만 듣던 반쎄오를 주문했다
먹는 법을 알려주긴 하는데 예쁘게 먹긴 힘든 음식이다
하지만 맛있다
베트남식 롤도 시켰다
맛있다
동남아시아에선 확실히 베트남 음식이 제일 입에 맞는다
밥 먹고 뭐할까?
빈컴센터에 왔으니 영화가 보고 싶다고 한다
또 영화?
그래 딱히 할 것도 없는데 영화나 또 보자
대학생 때 연애하던 느낌난다
밥 먹고 영화보고
이번에 본 영화는 베트남식 공포영화였다
공포 영화 싫어하는데 선택지가 없었다
한국어 자막이 없으니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다
그냥 80년대 인기있던 전설의 고향 순한 맛 느낌이었다
영화보고나서 뭐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마사지 받으러 가자고 했다
전신 60분 33만동
한국 돈으로 대략 만7천원
게다가 팁 포함 가격이라 엄청 싸다
베트남 마사지 특징은 타이마사지 흉내 50%
마사지하는 사람 마음대로 50%다
베트남 그녀에게 마사지 어땠나 물어보니
마사지는 시원했고 마사지하는 분들이
자기를 한국여자로 알아봐서 재밌었다고 한다
다음은 쇼핑을 하기로 했다
내일이면 한국으로 떠나니까
뭐라도 하나 사주고 싶었다
먼저 유명한 사이공스퀘어 짝퉁시장에 갔는데
딱히 살 게 없었다
짝퉁 샤넬 가방 하나 사라고 했는데 싫다고 했다
사이공스퀘어 근처에 일본 백화점이 있었다
타카시마야(Takasimaya) 백화점이다
타카시마야 백화점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구경하고
계산기 열심히 두드리다가 결국 가방하나 사줬다
다른 곳에선 어물어물했는데 가방은 고르라니까
진짜 맘에 드는 거 하나 고르셨다
가격은 240만동정도, 원화로는 12만원 정도
처음보는 이름의 브랜드라 유명한지 물어보니
동남아에서 나름 유명한 브랜드라고 한다
동남아의 메트로시티라고나 할까
3만원짜리 가방 사줄 때는 반응이 그저그랬는데
이번엔 진짜 좋아하는 것 같았다
베트남 그녀가 먼저 사달라고 한 거 절대 아니다
그냥 내가 사주겠다고 한 것이다
다른 선물들도 마찬가지다
몇년 만에 여자랑 같이 밥 먹고 데이트하는 건지..
아마도 아주 오래전에 연애하던 시절이 떠올라서
그냥 내가 스스로 신나서 사준 것 같다
'나랑 데이트해줘서 고마워, 과거 연애하던 시절이 생각나네'
그러니까 결국 내가 나를 위해 쓴 돈이다
보너스 받고 신나서 평소 갖고 싶었던 것 지른 것처럼
이것도 마치 여행의 일부인 것처럼
한국 여자였든 외계인 여자였든
이렇게 나랑 데이트해줬으면 똑같이 사줬을 거 같다
원래 자잘하게 선물하는 거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어느새 40대다
여자랑 1:1 같이 밥 먹을 기회가 점점 신기루가 되어간다
다음은 친구들 선물을 사야 한다
대형마트 가고 싶다고 하니 빅씨마트(Big C)라는 곳으로 안내해줬다
사람이 진짜 많았다
우리나라 이마트, 롯데마트 같은
태국의 인기 대형마트다
동남아 여러나라에 많이 진출했다고 한다
근데 이게 뭐야?
할로윈 장식으로 가득하네
그러고보니 할로윈 시즌이었다
난 할로윈에 별 관심이 없는데
베트남도 할로윈 챙기는구나 싶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할로윈이 세계적으로 인기인 이유는 단순하다
재밌고 즐겁기 때문이다
장난스런 귀신 코스프레
귀엽고 앙증맞은 여러가지 소품들
불편함 없이 그저 즐기는 문화다
우리나라 설날, 추석, 제사만 봐도
얼마나 딱딱하고 불편하고 힘들어
재밌지 않으면 도태되고 멸종된다
진화하지 않으면 단오, 동지처럼
추석 설날도 곧 멸종된다
반면 재밌으면 바이러스처럼 전세계로 퍼져나간다
진리다
젊고 어린 베트남 현지 친구들이
호박등 장식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놀고 있었다
베트남 그녀에게도 사진 한 장 찍어보라고 했다
내가 선물한 목걸이, 팔찌, 가방, 슬리퍼, 윈피스 옷..
제주도 노총각 종합 선물 세트를 장착하고 사진을 찍었다
검정 원피스는 3만원짜리다
선물하면서 느낀 재밌는 점은
선물 받으면 바로 착용한다는 것이었다
가방도 그렇고 신발, 옷도 그렇고 바로바로 착용한다
확실히 선물 받으면 당근에 바로 팔아버리는
되팔렘은 아닌 거 같다
선물로 긁은 카드값만 30만원 넘을 거 같다
근데 인연이 여기서 끝이라해도 아깝진 않을 거 같다
선물하는 순간 자체가 나에겐 즐거움이었고
40대가 되고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여자의 시간은 돈 주고도 못 산다는 것을!
일당도 주고 밥도 사주겠다면 응해줄 여자가 어디있을까
국가간 경제력 차이 덕에 얻은 작은 호감으로
내가 잠시나마 작은 호사를 누린 것이다
돌이켜보니 다 나 좋자고 그런 거였다
'여자한테 가방과 목걸이 사주는 남자'
요즘은 느껴볼 수 없던 자존감을 나에게 선물한 것이다
자존감 충만하던 30대 중반까지의 나는
죽어다 깨도 모를 실제 내 현실이다
이걸 아주 빨리 깨달은 모태솔로 친구들은
일찍 결혼해서 아내한테 올인하는 삶을 살고 있다
어설프게 인기있던(?)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ㅠㅠ
할로윈 행사라서 그런지 먹거리들도 많이 팔고 있었다
근데 문어? 낙지?를 통으로 팔고 있다
오징어도 마찬가지로 통통한 몸뚱이 그대로
양념만 바른채 그냥 통으로 팔고 있었다
신기하다
어라? 떡볶이도 팔고 있네
우리나라 떡볶이가 K드라마 덕에
동남아에서 인기 음식이 되어가는 거 같다
빵 같은 걸 덕지덕지 붙인
우리나라식 핫도그도 팔고 있다
신기한 걸 많이 팔고 있다
저녁은 여기서 해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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